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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산 리뷰 (청춘영화, 유쾌감동, 랩배틀)

by qmffhrm159 2025. 5. 18.

    [ 목차 ]

영화 변산 공식 포스터

 

 

변산은 이준익 감독이 기존의 역사적·사회적 메시지 중심 작품들에서 벗어나, 보다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청춘의 이야기로 눈을 돌린 작품입니다. 한 래퍼 지망생이 고향으로 돌아와 마주하게 되는 과거, 사람, 상처 그리고 성장. 이 평범한 듯한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모두 겪는 청춘의 갈등과 치유의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유쾌한 에피소드와 진한 감정선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이 작품은 청춘영화의 전형을 새롭게 제시하며, 랩이라는 장르를 통해 감정을 더욱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청춘영화

변산은 흔히 말하는 ‘성공 서사’나 ‘화려한 역전극’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하고, 방황하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성장하는 한 인물의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학수’는 서울에서 무명 래퍼로 활동하며 각종 오디션에 도전하지만 계속 낙방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린 시절의 상처가 남아 있는 고향 ‘변산’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는 고향을 싫어합니다. 정확히는, 그곳에 얽힌 기억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가족과의 불화, 친구들과의 갈등, 첫사랑과의 미완의 감정까지. 하지만 그가 그 공간에서 겪는 며칠간의 시간은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감정들과 마주하게 만들고, 결국 학수는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이며 변화하게 됩니다. 이처럼 변산은 청춘의 성장이란 결국 ‘내면과의 화해’임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기존 청춘영화의 클리셰를 피해 갑니다. 고향이라는 공간을 ‘도망간 곳’이 아닌 ‘돌아가야만 하는 곳’으로 설정하고, 주인공의 성장을 그 어떤 영웅적인 사건 없이도 진정성 있게 그려냅니다. 특히, 박정민이 연기한 학수는 화려한 캐릭터가 아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고민과 실망, 그리고 점점 변해가는 모습은 관객의 마음에 스며듭니다.

청춘은 늘 찬란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외롭고, 혼란스럽습니다. 변산은 그 솔직한 청춘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꿈을 이루지 못했거나, 여전히 갈 길을 몰라 헤매는 누군가에게 더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유쾌감동

청춘을 그린 영화들이 종종 빠지는 함정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혹은 너무 가볍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변산은 그 중간 지점을 절묘하게 지켜냅니다. 이준익 감독은 학수의 복잡한 내면을 유쾌한 톤과 절제된 감정 연출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코미디와 같은 가벼운 분위기로 전개되지만, 중반부터는 인물 간의 갈등, 상처, 회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묵직한 감정을 전합니다.

학수가 고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습의 '청춘'입니다. 변산에 남아 정육점을 운영하는 친구, 여전히 학수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는 선미(김고은),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는 어머니와 말없는 아버지까지. 이 인물들과의 대화와 갈등, 오해와 화해는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하다가 어느 순간 눈시울을 붉히게 만듭니다.

특히, 김고은이 연기한 선미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독립적인 감정과 서사를 지닌 인물로서 영화의 균형을 이룹니다. 그녀 역시 고향에 남아 살아가며 자신만의 청춘을 살고 있고, 학수에게 그가 외면했던 진실을 들이밉니다. 두 인물 간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동행’에 가깝습니다.

또한, 영화에 흐르는 향토적 정서와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익숙한 일상들은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마을 사람들, 유쾌한 욕설과 사투리, 어릴 적 친구들과의 엉뚱한 다툼들은 누구나의 기억 속 어딘가와 닮아 있습니다. 이 ‘공감’이 바로 변산이 주는 가장 큰 감동입니다.

랩배틀

변산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랩’이라는 장르를 영화의 주요 표현 수단으로 택했다는 점입니다. 단지 젊은 세대를 위한 트렌디한 요소가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을 가장 직설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학수는 평소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가족과의 갈등도, 친구와의 오해도 늘 외면하고 말없이 삼켜버립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랩을 할 때만큼은 그 감정들이 모두 터져 나옵니다. 랩은 그에게 있어 ‘말’이자 ‘표현’이고, ‘반항’이며 동시에 ‘치유’입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인 마지막 랩배틀은 학수라는 인물이 감정적으로 가장 크게 성장한 순간입니다. 과거에 대한 분노, 가족에 대한 원망,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감까지 모두 가사로 쏟아냅니다. 그의 랩은 완벽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겨 있기에 관객의 가슴에 직접적으로 와 닿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단순한 음악영화가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음악을 영화 전반에 배치했습니다. 랩이라는 장르의 직설성과 속도감, 감정의 진폭은 변산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 “청춘은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위로 – 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영화 속 랩 가사는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사회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청년세대의 불안, 가난한 현실, 불공정한 구조, 도망치고 싶은 심리 등을 직접적으로 담아내며 영화 외적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그렇기에 변산의 랩은 음악적 장치 그 이상의 서사로 기능합니다.

결론

변산은 단지 청춘을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방황하고 실패하고 상처받은 청춘들에게, "그것도 청춘이다"라고 말해주는 따뜻한 위로입니다.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현실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는 진정성 있는 연출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합니다. 지금, 삶이 지치고 버거운 누군가가 있다면, 변산은 그들에게 가장 조용하지만 묵직한 응원이 될 것입니다. 청춘의 한복판에 있는 당신에게, 이 영화는 이렇게 속삭입니다.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